주말에 6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 책을 다 읽었다. 250여 페이지 정도로 많은 내용은 아니라서 쉽게 읽히는 편이지만, 저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보다 보면 생각보다 깊은 내용을 담는 부분이 종종 있어서 생각하는 시간이 좀 드는 책이다.
p.15 ...한국의 출산율은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수준으로, ... 페스트(흑사병)보다 더 위협적...
p.21 ...매년 유지되는 인구수에 맞춰서 운영되던 기반 시설들이 미래에 10만 명대를 맞이한다면 엄청난 공실 사태를 피하지 못하고, 그 기능들은 개점휴업 상태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p.23 ...근본적으로 국가 소멸 수준의 인구 감소가 나타날 때 어떤 자산이, 어떤 경제가 건강할 수 있겠는가. 시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p.28-29 ...도쿄나 파리, 뉴욕 등 서울, 수도권보다 비대한 규모를 갖춘 광역권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들 중 전국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p.34 ... 지방에서 올라오는 국내 이민을 가정하고 현재까지 조성된 서울, 수도권의 산업 체계가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p.36 ...해외 이민도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p.37 ...다소 어색한 표현이지만, 안타깝게도 인력을 수출하는 국가 역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p.38 ...요컨대 이민 시장에서 한국은 해외 인력을 받고 싶다고 손쉽게 받을 수 있는 갑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p.44 ... 금리는 이론상 절대 제로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제로라는 것은 시간 가치가 제로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인간은 영생하지 않기에 또 시간은 항상 앞으로 흐르기에 시간 가치란 소중하고 가치가 없을 수 없다.
p.45 금리가 낮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간의 가치가 낮아지고, 시간의 가치가 낮다면 100년 후까지 내다보는 사업을 할 근거가 충분해지니까 말이다.
p.48-49 오크트리 캐피털의 하워드 막스는... 2022년 이후부터의 금리는 다시 한번 미국권과 비미국권으로 세계 경제가 이원화되는 과정에서 중금리 시대가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를 상전벽해라고 표현했다. 즉, 세계 경제의 구도가 1개의 지구촌에서 2개의 분절 체제인 미-중으로 양분되는 과정에서 다시 물가 상승과 고금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어서 매우 오래 이어질 추세라는 것이다.
p.49 ...제로 금리는 이렇게 투자자들의 윤리관을 왜곡하면서 현재는 다시 금리가 내려 가기만을 기다리는 투자 괴물을 낳아버렸다.
p.51 ...사회 구성원들이 더 늦은 나이까지 일하면서 반대로 젊은 층의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p.56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은 46.6명으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p.57 노인 빈곤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연금이다. 그런데 연금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p.61 우리 국민은 이제 정부가 어지간해서는 부동산 긴축 정책을 쓰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아주 최소한의 비상금과 약간의 연금과 주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재산을 집값으로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79 ...의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결과적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의사 수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낮은 수가에서 비롯된 낮은 마진율을 상쇄하기 위해 최소한의 의료 인력을 고용하고 노동을 갈아 넣어서 최대한의 환자를 처리하는 식으로 병원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p.81 ...정리하면, 병원의 수익성은 부대사업, 바이탈 진료 과목의 박리다매, 비급여 과목 중심의 운영, 여기에 비급여 과잉진료 등을 더해 지탱된다고 할 수 있다. 언뜻 보아서는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내막을 따져보면 실상 '필수 의료'로는 병원이 돈을 벌 수 없어서 필수 의료를 등한시하는 내적 메커니즘이 있다. ... 결과적으로 급여 항목의 비중이 높은 필수 의료 과목은 장기적으로 사멸할 수 밖에 없다.
저자의 주장을 간략하게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 전반적인 정서에 한국을 지금 당장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한국은 지금이 최고점이다. 앞으로는 몰락할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저자의 주장은 명확한 근거를 들고 있기 때문에 반례를 가져와 반박할 만한 내용이 없다. 아니 누군가 반박해줬으면 할 정도이다. 말 그대로 팩트폭행을 하는 책이다. 이 책을 보고 화가 나거나 현실을 잘 모른다며 메신저를 욕하거나, 부정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고 하며 읽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한국을 지금 당장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를 본다면 이제는 저자와 같은 의견은 한국이 겪게 될 가능성 높은 정도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불가역적인 현상으로 다들 여기고 있는 듯 하다.
20대 후반의 사회초년생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저자의 의견에 백번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세상을 잘 모르는(?) 치기 어린 시선으로 봤을 땐 586으로 불리는 기득권 세대들이 자신들의 욕심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한국은 과거의 영광(?)만을 자위하면서 몰락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미 그렇게 되었다고 보이지만. 균형잡히지 않은 인구 비율 문제 때문에 한국은 제대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가장 빠르게 몰락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다.